
極地(극지, 류근)
살아오는 동안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부터 거의 언제나
일방적으로 버림받는 존재였다
내가 미처 준비하기 전에
결별의 1초 후를 예비하기 전에
다들 떠나버렸다
사람을 만나면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떠나지 않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가야 할 사람들은 늘 먼저 일어서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까지 잘 참아주었다
그러나 마침내 술자리가 끝났을 때
결국 취한 나를 데리고 어느 바닥에든 데려가
잠재우고 있는 것은 나였다
더 갈 데 없는 혼자였다
Apr 27, 2015
20 min

알 수 없어
- 비 오는 봄날 밤 창원중앙역 광장에서
저 건넌 불빛 속
내 앞의 꽃을 보며
불빛이 먼저인지
꽃이 먼저인지
알 수 없어
다시 뒤 돌아 바라보는 나무
비를 머금고 피는
싱그러움인지
비를 맞아 지는
처량함인지
알 수 없어
다시 뒤 돌아 바라보는 나무
우두커니 온 몸에 빛을 받으며
불꺼지지 않는
깊은 밤을 기다리는
절망의 깊이를
알 수 없어
다시 뒤 돌아 바라보는 나무
돌아서 나오는 구두 위
하얗게 떨어진 꽃잎
"결국, 당신이 만든 거에요."
Apr 7, 2015
19 min

포기를 하는 것의 크기와
그로 인한 행복감의 크기는
늘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을 딱히 비례와 반비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아주 사소한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주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우리 삶에는 꽤 많은 편이다.
포기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은
다르고
포기하는 것과
타협하는 것은
다르며
포기하는 것과
도망가는 것은
다르다
단지
무엇이 중심 가치인지만이
남아 있을 뿐
Mar 18, 2015
22 min

슬퍼할 수 없는 것 (이성복)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눈이 쌓여 있다는 것
지금 바라보는 먼 산에 가지 못하리라는 것
굳이 못 갈 것도 없지만 끝내 못 가리라는 것
나 없이 눈은 녹고 나 없이 봄은 오리라는 것
슬퍼할 수 없는 것, 슬퍼할 수조차 없는 것
Mar 11, 2015
19 min

부디 저를 다시 꽃 피우지 마십시오.
9퍼센트의 혐오감과 6퍼센트의 두려움과 2퍼센트의 분노
어떤 생각으로...
Mar 6, 2015
18 min

관계와 행복은 모두
상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관계와 행복을
자신만의 관계와 행복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Feb 16, 2015
26 min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싷니 끼여 들어온 꽃 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 이성복,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사람은 시들어도
사랑은 시들지 않아
그리고
그 사랑은 진행형이지
- 주인아저씨
Feb 14, 2015
12 min

벌레 먹힌 꽃나무에게(이성복)
나도 너에게 해줄 말이 있었다
발가락이 튀어나온 양말 한구석처럼
느낌도, 흐느낌도 없는 말이 있었다
아, 너도 나에게 해줄 말이 었었을 거다
양말 한구석에 튀어나온 발가락처럼
느낌도, 흐느낌도 없는 말이 있었을 거다
Feb 11, 2015
26 min

떠난 자는 떠난 게 아니다.
불현듯 타자의 얼굴로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그들은 떠남으로써 스스로를 드러내고,
끝내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된다.
사랑하는 것들은 대체로 부재중이다.
- 나희덕
그리고 어쩌면 폭력에 대해서.
그리고 뒤엉킨 생각
Feb 9, 2015
33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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