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버러지도 / 변영로 1 버러지도 싫다 하올 이 몸이 불현듯 그대 생각 어인 일까 그리운 마음 자랑스럽습니다. 촛불 밝고 마음 어두운 이 밤에 당신 어디 계신지 알 길 없어 답답함에 이내 가슴 터집니다. 2 철 안나 복스럽던 옛날에는 그대와 나 한 동산에 놀았지오, 그때는 꽃빛도 더 짙었습니다. 언젠가 우리 둘이 강가에 놀 때 날으던 것은 흰 새였건마는 모래 위 그림자는 붉었습니다. 바로 그때 난데없는 바람 일어 그대와 나의 어린 눈 흐리워져 얼결에 서로 손목 쥐었습니다. 3 그러나 바람이 우리를 시기하였던가 바람은 나뉘어 불지 아니하였으련만 찢기는 옷 같이 우리는 갈렸습니다. 이제도 그리움이 눈 흐리울 때 길에서 그대 비슷한 이 보건마는 아니실 줄 알고 눈 감고 곁길로 가옵니다. *《수주시문선》(19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