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이 방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등단 5년 미만의 신진작가들을 지원육성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된 작가를 초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팟캐스트 입니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만 35세 미만의 차세대 예술가의 발굴과 창작 역량을 향상 시키기 위해 새로운 창작주제 및 소재의 조사연구와 창작화 과정을 지원하고 기존의 차세대 예술가육성사업(AYAF)와 창작아카데미사업이 통합된 사업입니다.)<배수연 시인의 시 4편>여름의 집- Everything*여름의 집, 여름의 집대문을 열면 코끼리 울음을 길게 우는 푸른 경첩모든 게 우리거야여름의 밤, 여름의 밤식탁의 초들이 흰 여우처럼 목을 위로 길게 빼는아아여름의 밤, 여름의 밤너는 내 모든 거야아브라함의 별처럼 미래의 편지들은 모두 너를 위해 쓰이고우리는 자손이 없어도 행복하지나를 모두 비워 너에게 줄게아무리 비워도 허전하지 않고나를 다 받고도 너는나를 닮진 않지너는 결국 우리의 마지막 페이지를 숨겨놓았지만우우우우원숭이들은밤하늘을 보고 아름다움을 알까원숭이들은 서로의 목덜미에불을 가져다 대는 놀라움과 슬픔을 알까여름밤의 폭죽을 봐울음이 결국 우주의 먼지가 되는 것을별들은 폭죽에 눈이 멀어검은 화약 덩어리가 되었어너의 목에 떨어진 불덩이를장마는 처마에서 기다리고나는 밤새 장마를 받아 적어넌 내 모든 거야 내 꿈이야아무리 크게 읽어도너는 빗소리에 밖에 듣질 못하고그래도 상관없지너는 나의 모든 것여름의 더위와 부패 속에서나뭇잎들은 잎맥을 열어초록을 흘리는여름의 집, 여름의 집*검정치마의 노래 틱무릎을 맞추며 우리는 무릎을 맞추며당나귀들이 구멍 난 양말을 뒤집어뭉툭한 코를 맞대듯이미끄러지며 우리는 미끄러지며팔이 없나요, Hal? 바닥에 기름을 더 부어요그렇다면 나도 굽힐 팔이 없어서 그냥, 무릎만 있어서미꾸라지가 겨드랑이로 거품을 내듯까만 기름 거품아 그건 너무 Thick하고, 아 그건 입구가 좁은 유리병 입구처럼 뽁 하고 터지고-무릎을 맞추며 무릎을 맞추며우리는 머나먼 반대편에서 달려오다 그만 미끄러지고 분질러졌지그렇다면 무릎을 꿇은 채 한 번도 다리를 펴보지 못한 'ㄹ'처럼동굴 벽화에서 조상을 만난 개처럼무릎을 맞추며 꼬옥 무릎을 맞추며이따금 서로에게서 얼굴을 찾을까 봐아 그건 너무 Thick하고 너무 작은 유리병의 똥구멍처럼 생겼을까 봐징그러워하고 징그러워하며유나의 맛유나는 매일 그림을 그리던 손으로 저녁을 한다 그림도 잘하고 음식도 잘하고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설산을 그리고 시금치를 무치고 새를 그리고 두부를 썬다 손은 늘 더러웠는데 목탄이나 잉크가 묻어서인지 파 뿌리나 오징어를 다듬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작업실 의자에 오래된 화판을 얹어 밥을 차려 먹었다 시장에 새로 생긴 황금통닭집 타일은 전부 샛노랗더라? 나는 유나 밥을 밀어 넣으며 말했다 니가 그린 그림 팔아서 치킨 사 먹을까? 이 말은 하지 않았다 유나가 종일 매달린 그림을 먹는 일과 김나는 밥을 그리는 일과 유나가 캔버스를 삶고 물감을 굽고 기름을 바르고 커튼을 담그고 앵무새를 튀기고 촛불에 양념장을 칠하는 그런 시간은 소중하지 아무렴 하지만 여기는 확실한 세상이고 노란색 타일의 선택은 확실히 확실하긴 해 나는 생각했다생일허리가 긴 밤여기 그 밤의 다리가 있어요긴 다리는 엎드려여기 다리로 된 다리가 있어요다리 밑에서누가 나를 주웠다고소문낸 자 수소문해보세요다리 밑에 생긴 그늘을“누가 내 그림자 뒤에 붙여놨어?”나는 칠판에 크게 써놓고강아지처럼 몸을 털어네가 그걸 봤을까 봐가로등을 장대처럼 휘어다리 위로 점프해요우리는 약속했지다리 아래에는 집을 짓지 말자그 아래 부는 바람에 이를 보이지 말자허리가 긴 밤그 밤의 다리가 여기 있어요다리는 다리의 그늘로종일 딱 한 번의 줄넘기를 한다는우리는 자라서 매년그 소문을 기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