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이 방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등단 5년 미만의 신진작가들을 지원육성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된 작가를 초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팟캐스트 입니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만 35세 미만의 차세대 예술가의 발굴과 창작 역량을 향상 시키기 위해 새로운 창작주제 및 소재의 조사연구와 창작화 과정을 지원하고 기존의 차세대 예술가육성사업(AYAF)와 창작아카데미사업이 통합된 사업입니다.)<정현우 시인의 시 4편>소멸하는 밤 깨진 거울은 나무가 되고낮은 곳에서 시작 되는 것,지켜내지 못한 것들이그, 밤으로부터 구부러집니다.잠들이 무너지는 밤당신을 옆을 지키지 못한 삼일동안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당신을 부르러 갑니다.창밖의 별들이 보랏빛으로 자라고어제의 죽은 별들을 바라봅니다.그날을 잃어버린 그믐의 표정을 별들을, 멀리 두고 오고 싶었습니다.설명하지 않은 것 따위들을 겁이 나지 않느냐고,돌아와야 하는 거실은 불이 켜지는데별자리는 찬란하게 무성합니다.나의 입술이 열리고나는 새 한 마리,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당신을 밀어내러 갑니다.그리운 것들을밀다보면 그곳으로, 이곳으로 새가 앉고그리웁거나 그리다 만 것들새것, 새어가는 것, 새가는 것많은 새들이 나를 통과합니다.바람이 모양이 있다면그것은 새의 깃아직 세우지 못한 빛들이 젖어듭니다.밀어 넣지 못한 말들이오랫동안 휘어져 있기를돌아오는 담장 너머한참을 글썽이다 나는 나무 한그루 되고,몇 개의 잎사귀가 남아 있었는지확인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모든 소리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꿈을 꾸어도 되느냐고 당신의 잠을 생각하는 밤 너무나 많은 나는 다시잠이 듭니다. 파문(波紋) 발에는 점자가 있다. 틈과 틈 사이를 다녔다. 지문 밖으로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 옮겨 붙었고 빗소리가 견디기 힘 들 때 고요 속에서 돌아가는 것들은 귓바퀴로 들어야 한다. 켜켜이 귀를 세운 것들, 당신을 몰아넣지 말 것, 비가 오는 날일수록 새들은 더 선명하고 무표정 지렁이를 잡아 올리는 일처럼 분명, 점자가 없는 것들의 발목을 만지는 것처럼 오늘을 산다는 일, 다음날 아스팔트 위 짜부라진 지렁이가 되어있을지도, 분명 무엇인가 나온 것 같은데, 죽은 것들은 자꾸만 비우는 습관이 있을까. 수면위로 날 깨우는 빗물들. 읽히지 않는 당신을 붙들고 발을 옮긴다. 발이 터진 것인지 머리가 터진 것인지, 몸부림치는 지렁이의 나지막한 목소리들, 짜부라진 지렁이를 오래도록 내려본다. 부서지고 있는 내 발목들, 맞아도 아프지 않은 빗물이 잠긴다. 손가락으로 지렁이를 들어본다. 죽어가는 것을 더듬을 수 있게, 읽히지 않는다.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의 통점들이 빠져나가고, 죽음이 동그랗게 밀려간다. 깊어질 어둠이 없고 온 몸을 휘청거리는 동안 꽃들의 발목은 글썽인다. 물끄러미 지렁이의 죽음을 구경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보고 싶었던 꽃들의 발자국이 슬프다. 꽉 쥐었던 두 손을 편다. 누군가 한가운데 돌을 던졌을까, 버둥거릴수록 사선으로 소용돌이치는 손금들, 밖으로 물길을 잃은 숭어 떼가 빠져나간다. 손바닥 안으로 물결이 분다.유리의 크레아*유리요새 외각에서 여자는 발견되었다.온 몸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햇살이 그녀의 몸을 비추자통과 되는 빛들 사이로끝없이 펼쳐지는 백야행물고기의 눈에선 유리가 자란다. 유리가 흐르는 강, 인어의 꼬리들이 떨리는 길목,기차가 지나면 유일한 유리, 우리의 수 천개 눈동자가 유리처럼 빛날 때,악몽은 꿈이 될 수 있니.혈흔(血痕)이 아름다워 질 수 있니.깨어지지 않는 슬픔을 견뎌내는 것너의 어두운 섬을 거두어 간다.겨울이 녹으면, 남은 유리체(琉璃體)그 섬 둘.인간이 되고 싶니,심해 속 치는 눈보라들이너를 얼어붙게 할거야. 어른이 된다는 것 심장이 유리가 될 때까지 숨이 멎기 직전의, 죽은 물고기 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 우리를 통과하지 않는 별들의 울음낙과처럼 떨어지는 자리마다유리알들이 떨어진다. 크레아* 은하철도999에 나오는 유리인형묻다 어느 산짐승이 너를 데려갈지도 몰라우우 하고 울음이 났다.오늘 너를 심었던 곳에서 너에게 묻는다.네가 자라날수록 너는 없고모르고 싶었던 일들을 네게 묻는다.어머니와 힘껏 슬플 만큼 땅을 팠다.몇 걸리는 돌덩이가 파지지 않아서이쯤이면 되겠지처음으로 죽음을 묻었다.어머니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산다는 것이 우리는 짐승처럼 슬픔 없는 인사를 하고꽃에서 멀어지는 순간 죽어가고 있다.너는 꽃이 아니므로 다시 피어나지 않을 날들.언제인가 단 한번 올 시간이다.어머니가 가지런히 흙을 메우고우리는 너에게 아픔을 메운다.정해진 시간이었으니 모른다고 했다.하늘엔 살빛 별들이 조각조각 날릴 때우리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다.컹컹 두 귀가 들리지 않을 때 까지,갸르릉 두 눈이 안보일 때 까지.발자국 없는 모습들이 길게 밀려나고우리는 산길을 내려간다.어둠이 울음처럼 내려앉고오늘 너에게 물었다.모든 것이 정해진 날들이라 믿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