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이 방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등단 5년 미만의 신진작가들을 지원육성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에 선정된 작가를 초대, 그의 삶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팟캐스트 입니다.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는 만 35세 미만의 차세대 예술가의 발굴과 창작 역량을 향상 시키기 위해 새로운 창작주제 및 소재의 조사연구와 창작화 과정을 지원하고 기존의 차세대 예술가육성사업(AYAF)와 창작아카데미사업이 통합된 사업입니다.)<박세미 시인의 시 4편>‘ ’ 그녀는 하루에 한 글자씩 일기장에 적었다어떤 날은 ‘돌’이라고 썼고, 어떤 날은 ‘가’라고 썼으나그것은 모두 새였다어제는 ‘불’이라는 글자에서 자신의 발에 입 맞추는 새를 보았고오늘은 ‘새’라는 글자에서 풍선에 매달린 새를 보았다 어느새 그녀는 자신을 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뼈’처럼 둥지를 틀고 ‘활’처럼 몸을 일으켰으며 ‘빵’처럼 부풀었다가 ‘칼’처럼 슬기로워졌다 ‘실’처럼 춤추었고 ‘눈’처럼 나무에 앉아 쉬었다 그녀의 몸에는 새떼가 뚫고 지나간 모양이 남아있었다어떤 새는 그녀를 지나며 솟아오른 것 같았고어떤 새는 미처 그녀를 통과하지 못하고 부딪쳐 추락한 것 같았고어떤 새는 그녀의 가슴에 그대로 박혀 숨이 된 것 같았다검은 콩 하나가 있다차가운 식탁 위에있다 거꾸로 세워진 유리컵에 갇혀 있다천장은 투명한 만큼 무겁다나는 꺼내줄 수 있다방 안에 앉아 있다벽은 나의 등에 기대어 있다움직일 수 없다방문은 누가 열어주나?도마 위에있다 검은 콩 하나가 거대한 식칼의 날을 마주보고 있다나는 찍어 내릴 수 있다방은 밤 한시에 가장 밝게 타오른다시체처럼 누워있는 내가 있다소리 지르지 않는다오래 달궈진 프라이팬 위에있다 검은 콩 하나가나는 불을 끌 수 있다검은 콩과 나는 익는다그곳에 가만히 있다 도깨비죽은 식물의 뿌리가 공중에 있는지손 대신 갈고리를 가졌는지발바닥에 신앙이 있는지왼쪽 눈으로만 본다커튼 뒤를 숭상한다커튼과 창 사이의 간격그 두께는 완벽해숨겨진 빛의 맥박쿵쿵 발을 구르면 온몸에 피가 돈다머무를 방이 없구나방망이를 휘두를 때맞아죽는 상대가 없고마주 볼 내가 없고날마다 두 손을 모으고, 가지런히 두 무릎을 꿇어도변신은 순식간이야튀어나올래베란다의 차가운 바닥에 오래 앉아 있을 때눈동자가 굴러 떨어진 가장 어두운 곳에서약속을 어기고 유리창이 깨지면검정 바탕이 될래단 하나의 눈을 가질래혼자서의 낭독회커튼은 고백하기 좋다눈썹과 코끝을 스치며, 커튼은 자꾸만 바닥으로 늘어지고등에는 투명한 창이 매달려 있지술래를 기다리는 마음으로커튼을 빌려 나타나는 입술의 형상목소리는 입술의 모양보다 늦게 온다그러니까 혼자는, 후회를 기다려베란다 쪽에서 내려다보면 화단,복도 쪽에서 내려다보면 아스팔트 바닥이네그러니까 혼자는, 죽기 좋은 곳을 확인해난간은 고백하기 좋다햇빛을 반사시키며, 옥상은 혼자를 튕겨내고 싶어 하지목소리는 공중에 내민 발보다 늦게 온다낭독을 마치고 나면,반가운 택배를 기다리고우리는 친구처럼 둘러 앉아 커피를 마시기도 해 그러니까 모두는, 혼자가 되어서야 낭독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