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저녁쯤, 동네 산책을 나섰다가집근처 아울렛에 남편 운동화를 사러 갔다.우유부단한 성격에 운동화 하나 사는 것도미루고 미루다가,딸아이와 내가 있을 때 골라야 한다며예정에도 없던 쇼핑을 나선 거다.매장을 돌며 천천히 구경을 하다가몇 가지 남편이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그런데 이걸 신으면 아까 본 그게 눈에 밟힌다 하고,다시 가서 그걸 신어보면이게 아닌가? 하며 자꾸 애매한 표정만 짓는 거다.(아내) “왜? 안 들어? 난 아까 그거 보다 이게 더 나은 거 같은데?”(남편) “글쎄.. 이것도 괜찮긴 한데.. 아까 그것도 나쁘진 않았던 거 같고..”그 와중에 딸아이의 한 마디!(딸) “아빠! 근데 지난번에 아빠 구두 사야 된다고 하지 않았나?”그렇게 해서 결국, 운동화는 결정도 못하고 구두매장까지 가게 됐다.(남편) “여보! 나 구두 살까, 운동화 살까?”(딸) “아빠! 뭘 고민해 필요하면 두 개 다 사!”(아내) “얘가 얘가 돈 무서운 줄을 몰라요 오늘은 운동화 사러 왔으니까 그냥 운동화 사! 구두는 다음에 사고. 당신 아직 운동화도 못 골랐잖아”그래서 다시 운동화를 보러 갔는데.. 그렇게 한참 신발 보러 돌아다녀놓고 결국 산 건,남편과 나의 커플 등산모자, 딸아이의 청바지였다.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말했다.(딸) “아빠! 나 아빠처럼 물건 못 고르는 사람 처음 봤어. 아빠 그렇게 하면 회사에서 혼 안 나? 점심시간 끝나기 전에 메뉴는 고르는 거지?”(남편) “아빠는 결정을 못하는 게 아니라, 꼼꼼한 거지. 그렇게 심사숙고해서 잘 고른 게 얼마나 많은데”(딸) “잘 고른 거? 대표적인 거 뭐 있는데?”(남편) “뭐 있긴, 바로 여기 있잖아. 니네 엄마!”(딸) “꺄악 뭐야 왜 이래 닭살이야!”사실 따지고 보면 나나 딸아이도만날 장바구니에만 담아 놓고는미루고 미루다가 품절된 적이 많았고,놀러갈까, 어디 갈까.. 하다가 해 지는 날도 많았다.그래,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까지 꼭 닮아있는 가족이다.서로 놀리며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 새 집에 도착!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에남편이 새로 산 모자를 쓰고 거울에 이리저리 비춰보더니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딸아이와 나를 순간 멘붕에 빠트린 그 한마디는 바로(남편) “근데.. 아까 첫 번째로 봤던 운동화, 괜찮지 않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