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notes
우리 동네에는 도깨비 시장이 있다. 왜 도깨비 시장이라 불리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어디에나 하나씩은 있을 법한 흔한 시장이다. 평소에는 주로 집근처 마트를 이용하지만 가끔씩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시장에 가는 재미가 있어 가끔은 일부러 버스를 타고 시장에 간다.오늘도 시장에 가서 천천히 물건을 구경하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도 쌀쌀한 날씨에 따끈한 칼국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모락모락 김이 나는 칼국수집으로 홀리듯 들어갔다.가격은 2900원. 가격이 싼 대신 계산이며, 겉절이, 물은 셀프다.내 옆자리에는 중년의 부부가 앉아있고 그 옆자리에는 할머니 한 분이 앉아계셨다.금세 국수가 나오고 매콤한 겉절이를 얹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후루룩~ 국수를 한 젓가락 드시던 옆자리 아저씨가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할머니께 겉절이와 앞 접시를 가져다 드린다.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신걸 알고 얼른 챙겨다 드린 거다. 할머니께서는 연신 고맙다 하시며 칼국수를 맛나게 드신다.아저씨가 또 일어나신다.´어, 또 어디 가시지?´내 눈은 어느새 아저씨를 쫒고 있다.아저씨는 정수기로 가시더니 차가운 물과 뜨거운 물을 섞어 할머니께 가져다 드린다.갑자기 가슴이 뜨끈해진다.뜨거운 칼국수 국물을 들이켰기 때문인지 아니면 할머니를 챙겨드리는 따뜻한 아저씨의 마음 때문이었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가슴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올랐다.공유처럼 키가 크고 긴 코트 자락을 휘날리진 않지만 이 곳 도깨비시장에는 분명 도깨비가 있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