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CBS
2023/04/22 <아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해주고 싶었습니다>
3 minutes Posted Apr 23, 2023 at 11:36 pm.
~20:00 내가 일요일 아침 산에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저의 손에 반 깁스가 되어있는 걸 보고 "자기 손 때문에 어차피 산은 못가겠다" 아쉬워하는 아내를 보니 동네 뒷동산이라도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럼 문필봉갈까?" 문필봉은 지역마다 다 있는 봉우리입니다. 예로부터 학자가 많이 나오고 과거급제한 동네에는 붓을 닮은 산이 있다하여 그런 이름이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16년째 수백 번은 갔지만 왕복2시간이나 걸리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기에 평소에도 그렇게 좋아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손이 그런데 어떻게 산엘 가?" "로프 붙잡는 건 없으니까 경사진 곳은 한손으로도 괜찮아" 다음 날 아내랑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유난히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합니다. 울긋불긋 예쁜 꽃들이 금세 질까봐 아내는 얼른 산에 가고 싶었던 겁니다. 산에 갈 때 저는 항상 긴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물도 가져가질 않았네요. 오르다가 목마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신기했습니다. 발걸음이 가볍거니와 올라갈 땐 에너지를 아낀다고 말도 아끼던 제가 아내에게 농담도 하고 아재개그도 하면서 너무나 쉽게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자기 오늘 몸이 가벼운가봐, 나 좀 끌어줄래" 전 아내의 손을 잡고 당겨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이 산이 쉬웠던 적이 없었는데... 내려가는 길은 더욱 평지 같았습니다. "꼭!!!큰처형에게 얘기해줘. 내가 날개를 단 듯이 날았다고" 바로 옆 동에 사는 큰처형은 일주일에 이 산을 너 댓 번은 오르거든요. 내려오는 길에 울긋불긋 봄꽃들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저에게는 산행이라는 게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하루였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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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내가 일요일 아침 산에 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저의 손에 반 깁스가 되어있는 걸 보고 "자기 손 때문에 어차피 산은 못가겠다" 아쉬워하는 아내를 보니 동네 뒷동산이라도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럼 문필봉갈까?" 문필봉은 지역마다 다 있는 봉우리입니다. 예로부터 학자가 많이 나오고 과거급제한 동네에는 붓을 닮은 산이 있다하여 그런 이름이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하고 16년째 수백 번은 갔지만 왕복2시간이나 걸리는 결코 만만치 않은 곳이기에 평소에도 그렇게 좋아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자기 손이 그런데 어떻게 산엘 가?" "로프 붙잡는 건 없으니까 경사진 곳은 한손으로도 괜찮아" 다음 날 아내랑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유난히 꽃이 피는 봄을 좋아합니다. 울긋불긋 예쁜 꽃들이 금세 질까봐 아내는 얼른 산에 가고 싶었던 겁니다. 산에 갈 때 저는 항상 긴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엔 물도 가져가질 않았네요. 오르다가 목마르면 어떡하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런데 신기했습니다. 발걸음이 가볍거니와 올라갈 땐 에너지를 아낀다고 말도 아끼던 제가 아내에게 농담도 하고 아재개그도 하면서 너무나 쉽게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에 내심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자기 오늘 몸이 가벼운가봐, 나 좀 끌어줄래" 전 아내의 손을 잡고 당겨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면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한 번도 쉬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16년 동안 단 한 번도 이 산이 쉬웠던 적이 없었는데... 내려가는 길은 더욱 평지 같았습니다. "꼭!!!큰처형에게 얘기해줘. 내가 날개를 단 듯이 날았다고" 바로 옆 동에 사는 큰처형은 일주일에 이 산을 너 댓 번은 오르거든요. 내려오는 길에 울긋불긋 봄꽃들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는 아내의 표정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저에게는 산행이라는 게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내가 좋아하고 기뻐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하루였습니다.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